열린 한인회

HOME총연합회활동열린 한인회
하노버한글학교 운동회를 마치고-박은혜( 하노버한글학교장) / 교포신문 기사
2013.06.22 14:00:53 조회:513 추천:5
작성 :
하노버한글학교 운동회를 마치고-박은혜( 하노버한글학교장)

하하하하~~!!!!

어제 오후부터 내리는 비가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 나리고 있다. 두 번의 연기로 이번엔 우천시 강당에서 '수건돌리기라도 하리라' 큰소리 쳤는데, 정말 그렇게 해야할 형편이다 보니 웃음이 나올 밖에는. 그래도 혹시 몰라서 운동회 때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각각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키로 해서 날씨에 딱 어울리는 김치부침개를 부쳐 조금 일찍 출발했다.

한 시간 전에 학교에 도착을 하니 그 때부터는 더 이상 비가 내리질 않아 천만다행이다.

초대한 어르신, 학부모, 학생들을 강당으로 모이게 하고는 오늘 운동회 담당을 맡은 조경한 총무님의 준비 몸풀기 운동으로 모두들 둥글게 둘러서서 실내 운동회가 자연스럽게 시작이 되었다.

유치반은 '하늘 땅따먹기 놀이'를 준비해 간 콩주머니로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함께, 초등반 이상은 '목판 단계별 넘어뜨리기' 를 처음엔 양 발 사이에 목판을 끼워서 목표물 목판까지 가서 넘어뜨리면 다음 단계 무릎 사이...계속 단계를 올려서 마지막으로 머리에 이고 가서 목판을 넘어뜨리면 끝나는 경기를, 초대되어 온 손님들은 가위 바위 보로 편을 갈라서 윷판을 벌였다. 열악한 실내 환경임에도 모두들 즐거워 "호호! 하하! 깔깔!" 웃는 모습이 감사할 따름이다.

모두들 신나게 경기에 흠뻑 빠져든 광경에 안심하고 부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기가 얼추 마쳐지면 학모님들이 아침부터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의 상차림 진행이 잘 되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들렀다. 재료를 들고 와서는 즉석 떡볶이 요리를 하느라 손놀림들이 분주하다. "음~~!!! "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부엌쪽도 강당쪽도 모두가 요리와 경기의 열기로 가득하다.

이 쪽, 저 쪽을 오가는 나 역시도 주어진 시간들에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함박웃음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모두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시장할 것 같아 진행하는 총무님에게 살짝 귀띔으로 마무리해 주십사 부탁을 했더니, 아이들을 불러 모아 우리들 어렸을 적 추억의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마지막 경기로 어르신, 학부모,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상차림이 된 교실로 옮겨 갔다. 때마침 오늘이 유치반 킴의 생일이란다. 해서, 유치반 선생님의 진행으로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니까 함지박만한 웃음을 머금으며 좋아라 한다.

항상 먹는 얘기에 인색했었는데, 이번 만큼은 우리 학모님들의 솜씨를 자랑과 더불어 칭찬도 하고 싶다. 물론 작은 손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한 번 했다하면 오십에서 100인 분은 너끈히 차려내는 큰 손에다가 맛 또한 일품이렸다.

먹음직도 하고 보임직도 한 기본 녹두전에 새우튀김, 김밥, 만두, 큰 냄비 세 솥에 떡볶이, 작은 손이 한 김치부침개, 유부초밥, 쿠흔, 직접 구운 쿠키, 머핀, 먹기 좋고 정갈하게 손질해 온 과일과 과일샐러드 ,오픈에다 구운 찰떡하며, 이렇게 항상 행사가 있을 때마다 즐겁게 기꺼이 준비해 오는 천군만마와 같은 학모님들이 있기에 난 언제나 든든하고 늘상 마음으로만 고마웠지만, 정작 앞앞이 감사의 인사에는 애써 인색했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모든 식구들이 맛난 음식 앞에서 담소와 함께 나누는 모습들이 행복하다. 아이들은 엄마의 수고를 알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아침부터 얼마나 분주한 수고를 쏟아 부었는지를? 나는 아직까지도 힘들고 모자라는 부분이지만, 이 아이들은 작은 수고에도 소중하게 감사하며 자라나면 좋겠다.

18:00시면 빌려서 사용하는 한글학교 장소에 모든 이의 그림자조차도 비워줘야 하는 시각이다. 모두들 그렇게 즐거운 시간으로 마냥 허락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내 마음은 콩콩 뛰기 시작한다.

해서, 선물 꾸러미를 나눠 주기 시작. 아이들은 평소에 절대로 얻어먹을 수 없는 컵라면을, 각 가정에는 고추장, 간장, 라면은 새로 준비했고 주방세제과 손크림은 지난 설잔치 때 쓰고 남은 선물로 이번에 푸짐하게 골고루 다 한 아름씩 남김없이 안겨드렸다.

그리고 모두들 빛의 속도로 청소, 뒷마무리를 하고는 모든 문을 잠그고 내려오니 17시 55분. 콩콩 뛰던 내 가슴은 진정이 되고 그제야 시야에 남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넬 제정신으로 돌아 왔다.

그렇게 23년 전 처음 독일 땅을 밟았던 그 5월의 마지막 날이 2013년 오늘도 어김없이 저물어 간다.

DETAIL MODIFY DELETE PRINT
REPLY LIST ON NEXT
글쓴이제목내용
전체글: 51
RELOAD VIEW
DETAIL
번호 제목 출처 작성자 등록일 조회
RELOAD VIEW
DETAIL
1 [2] [3]